뉴스 [국가유산청]한글 자음에서 탄생한 독특한 캐릭터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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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인 작가의 출발점은 ‘소리’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이 파동을 품고 있다는 가설에서 시작해 그 파동을 가장 정밀하게 표기하는 체계로서 한글을 붙든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소리를 기록하는 문자에서 추상의 패턴으로, 다시 이야기를 품은 캐릭터로 건너간다. 작가는 한글을 소재로 삼아 소리의 질서를 화면 위에 캘리그램으로 배치하고, 관람자가 리듬과 간격, 반복의 문법 속에서 ‘읽히는 추상’을 경험하게 하려 한다. 이 세계관은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고려가요인 〈동동〉에 현재의 ‘답가’를 돌려주려는 상상에서 싹텄고, 결국 ‘기역양 니은군’이라는 이름의 세계관으로 정착했다. 말하고자 모여든 동물이 배우기 쉬운 문자 체계인 한글을 깨우쳐 자신이 원하는 사람으로 변신한다는 설정이 그 핵심이다.
그의 자음 캐릭터 중에서 ‘히읗’은 유난히 독립적인 축을 이룬다. 안정된 조형과 고유한 상징성을 지닌 글자라서 별도 시리즈로 분리했고, 상표등록까지 마쳤다. 이후 ‘히읗’은 캐릭터를 세우지 않고도 화면의 힘을 견인하는 기호로 쓰이며, 자음과 모음의 간격, 반복을 통해 소리의 리듬을 환기한다.
색과 질감은 그가 가장 공을 들이는 영역이다. 스케치와 디지털 시안을 거쳐 물성을 올린 뒤에도 완성 직전의 화면을 과감히 덮고 다시 그리며, 리듬과 밀도의 균형점을 찾는다. 그는 하루 한 점씩 생산하는 방식과 거리를 두고, 아이디어가 막히면 과감히 멈추고 우회하는 리듬을 택한다. 한편 그는 장르의 경계를 가볍게 넘나든다.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휴게 공간 벽면 작업에서 한글 창제 원리인 ‘천·지·인’을 모티프로 제안했고, 파동의 에너지가 관람자의 몸에 스며드는 동선을 콘셉트로 설계했다. 이 협업은 그가 ‘국가대표 단복을 한글로 디자인하고 싶다’며 제안한 데서 시작됐고, 약 두 달 동안 현장을 드나들며 스케치와 기획안을 다듬어 성사됐다.

그의 작품세계 두 번째 축은 도깨비다. 작가는 한국의 도깨비를 ‘남을 함부로 해치지 않고 사람을 지켜주는 존재’로 해석한다. 이 관점 아래 〈디귿도깨비〉라는 연작을 만들고 있다. 첫 장은 최근 선보인 〈풍어제〉다. 해안의 띠뱃놀이 같은 민속문화를 참조해 기원과 수호의 분위기를 색과 패턴으로 풀어냈다. 앞으로 이어질 다음 장은 〈평화만선〉이다. 그는 전쟁의 시대에 예술이 할 수 있는 일을 ‘평화를 부르는 파동’으로 규정하고, 한 점의 원화를 각국의 상징적 장소를 배경으로 제작해 지도자들에게 전달하는 ‘평화의 소리 끈’ 퍼포먼스를 구상하고 있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같은 소리를 떠올릴 때 생성되는 보이지 않는 끈, 즉 공명의 파동으로 지구를 묶자는 상상력이다. 이 연작의 마지막은 〈막걸리〉로 예정하고 있다. 평화가 찾아온 뒤의 축제를 그린다는 계획이다. 세 전시는 ‘풍어제 – 평화만선 – 막걸리’로 이어지며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구성이다. 실제 전시는 편당 20점 안팎의 회화로 구성될 예정이고, 그는 무엇보다 색의 결을 세우는 일에 집중한다.

[Profile]
이대인 Lee dae in
2025년 5월 한글팝아트 〈디귿도깨비〉 전시
2024년 8월 에밀레 도깨비 박물관 〈디귿도깨비〉 전시
2023년 12월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콜라보
2023년 6월 한글 팝아트 〈시옷아삵〉 전시
2020년 5월 서울시청 픽토그램 사인 개발
2016년 11월 한겨레신문 한식 요리만화 연재
글 최대규 | 사진 고인순 | 작품이미지제공 이대인
출처 : 국가유산청
https://www.khs.go.kr/cop/bbs/selectBoardArticle.do?nttId=91749&bbsId=BBSMSTR_1008&pageIndex=1&mn=NS_01_09_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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